1.03.2013

정봉주





어느 정치인

웃음이 많은 정치인이 있었다. 
그는 웃음기 묻은 
날카로운 눈매 사이로 
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었다. 




언어가 만개하던 시절 

어느 날 인가 
그는 이상한 사내를 만났고 
둘은 작은 방에 틀어 박혀 
이야기 하기 시작했다. 

그가 자신을 자랑하자 
사람들은 그것을 깔때기라고 불렀다. 

그의 자랑이 커지면 커질 수록 
사람들은 즐거워했고 
그는 취한 듯 자신을 자랑하고 있었다. 

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. 
타인이 아닌 자신이 자신을 자랑한다는 것이 
얼마나 낯 부끄럽고 비루한 일인지를...  

그는 그렇게 자신의 비루함과 
사람들의 웃음을 맞바꾸고 있었다. 

우리처럼 모두가 마음대로 말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라고 
언어의 자유가 노란 개나리처럼 만개 하던 
그 시절이 다시 오라고 

그는 취한 듯 떠들어 대고 있었다.  


그리고 소복이 눈이 나리던 날 
그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. 




계절의 끝

다시 한 해의 끝에서 
눈이 내리던 어느 날  
그는 세상으로 나왔고
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 
오지 않았다. 

그는 더욱 단단해진 몸으로 
다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자랑한다. 

다시 시작이며 
그 꿈의 세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은 
자신 밖에 없노라고...  

모두의 입 꼬리가 
슬며시 올라갔다. 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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