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상한 사내가 있었다.
털이 덥수룩하게 난 사내는
꼭 수컷들의 짙은 냄새를 풍길 것만 같았다.
씩씩했던 누군가를 좋아했던
그 사내는
그를 기억하기 위해
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.
유쾌한 투쟁
매케한 연기로 뒤 덮였던
87년 6월을 기억한다.
투쟁은 치열했고 격정적이며
자신의 온몸을 온전히 광장에 바쳐야만 했다.
그가 말하던 씩씩한 사내가
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난 후
그 이상한 사내가 나타났다.
그 사내는 작은 골방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고
우리 모두 나지막이 귀를 기울였을 때
그는 어이 없게도
"쫄지마 씨바" 라고 외쳤다.
우리는 그 어이없는 유쾌함을
유통하기 시작했다.
사람들은 자꾸만 자꾸만
새로운 라디오로 몰려들었다.
어느새 우리는 온몸을 던져야 했던
87년 광장의 추억을 잊은 채
그의 웃음과 유쾌함을 통해
새롭게 투쟁하고 있었다.
그 사내는 모두에게
계속 쫄지 말라고 외쳐댔다.
이상한 사내에게
그 이상한 사내가
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던 날
난 오래 전 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.
"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씩씩한 남자였다.
스스로에게 당당했고 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상대했다.
난 그를 정치인이 아니라, 그렇게 한 사람의 남자로서, 진심으로 좋아했다."
우리 모두에게 묻는다.
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적이 있냐고
우리가 그런 사람을 가질 자격이 있냐고
그 씩씩한 사내가 떠나던 날
난 그 사내를 단 한번도 칭찬하지 않았다는 걸 깨닳았고
단 한번의 격려 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걸 후회했다.
이제 이상한 사내에게 말한다.
당신은 당신이 말한 그 씩씩한 사내만큼 씩씩했고
누구보다 우리 곁에 오래 있어달라고...
언제나 그의 헌신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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